[사설] 김영란법 농축산물 제외 논의 않겠다는 국회 정무위

 

국회에 계류 중인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안 가운데 농축산물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법안만 모두 폐기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3월 열린 회의에서 계류 중인 16건의 김영란법 개정안 가운데 8건을 골라 상정한 뒤 폐기했다. 국회 차원에서 더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무위 법안소위는 선물 등의 허용가액을 조정한 시행령에 발의된 법 개정안의 취지가 반영됐다는 점을 폐기 이유로 들었다.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선물가액 상향 조정으로 김영란법 시행 이후 발생하던 농축산물 피해가 줄어든 건 사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큰 폭으로 떨어졌던 설 명절 농축산물 매출액이 올해 설 명절에는 17.4% 늘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렇다고 농축산물 피해가 없어진 건 아니다. 먼저 올해 설 명절 농축산물 매출액은 2017년 설 명절 때 매출액이 크게 떨어졌던 수준과 비교한 결과여서 실제 증가로 보기 어렵다. 또한 한우고기·인삼 등 원가가 비싼 품목은 선물가액 조정만으로는 소비확대에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화훼산업은 가정의 달 최대 성수기가 무색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4월19일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은 “스승의 날 학생 대표가 아닌 일반 학생의 카네이션 선물은 단 한송이라도 원칙적으로 김영란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여전히 꽃 등 농축산물을 선물 아닌 뇌물로 여기는 인식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농축산물 피해 방지는 선물가액 조정으로 퉁친다고 될 일이 아니란 얘기다.



폐기된 김영란법 개정안들은 이처럼 선물가액 조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폐단을 근원적으로 없애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가액 조정이 이뤄져 법 개정안 취지가 달성됐다는 정무위의 판단이 성급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정무위는 개정안을 서둘러 폐기하기 전에 농축산물 피해 정도를 면밀히 재점검하고, 개정안의 취지도 재차 따졌어야 마땅했다. 다시 공은 국회로 갈 수밖에 없다. 폐기된 법안을 추슬러 재발의하고, 논의도 진전시켜야 할 것이다. 국회는 김영란법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농축산업의 피해를 막는 방안을 찾아달라는 농업계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2018년 5월 14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