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해남 (제주대 생명지원과학대학 교수)

성공하는 사람은 뭔가 다르다. 강의를 잘하는 사람은 청중의 요구를 안다. 강의 내용뿐만 아니라 목소리·표정·제스처도 남다르다. 성공하는 기업도 다르다.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알고 제품의 품질과 가치를 높인다. 성공하는 농민은 정말 다르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품질을 생산하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기술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기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위해 생각의 중심을 고객으로 이동시킨다. 습관처럼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좋은 제품으로 소비자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기업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한다.

성공하는 농민은 농산물을 고르는 소비자의 입맛이 까다롭다는 것을 안다. 소비자는 수많은 농민들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생산한 각양각색의 농산물을 자신의 기준과 판단에 따라 구입한다. 당도나 모양이나 색깔도 더 따지고 고른다. 안전성도 따진다.
성공하는 기업은 쉬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회사규모가 조금만 커지면 별도의 기업부설연구소를 만들어 품질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힘쓴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보면 기업의 미래가 보인다는 법칙도 있다.

총매출액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성공기업이 많다. 2017년 삼성전자는 매출액(240조)의 7%인 17조원을 R&D에 투자했다. 네이버는 24%가 넘는다. 세계적인 기업인 페이스북·노바티스·구글·화이자 등도 15%가 넘게 투자한다.
성공하는 농민도 R&D에 투자한다. 직접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기보다는 농촌진흥청·농업기술원·농업기술센터·대학 등에서 개발한 기술과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투자한다. 지식 투자다. 농사기술에 대한 축적 없이는 고품질 농산물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농민은 단순하게 비료나 농약만으로 품질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농산물의 품질은 품종·재배기술·온습도 등의 환경조건을 맞춰주고 그 다음에 비료와 농약을 생각해야 어느 정도 완성된다는 것을 안다.
성공하는 농민은 스마트폰 안에 무궁무진한 농사기술이 있다는 것을 안다. 옛날에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을 똑똑하다고 했다. 지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잘 이용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다. 손안의 스마트폰에 지식 창고가 있어서 모든 지식을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약상이 권유하는 비료 등에 솔깃하고 달콤한 말에 넘어가는 귀가 얇은 농민과는 거리가 멀다.

성공하는 농민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눈 빠지게 기다리지 않는다. 정부나 지자체의 시설지원은 설치업체의 배만 불리고 자신의 아이디어와 적정기술을 적용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넘어져도 혼자 일어나서 툭툭 털 수 있어야 다시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하는 농민을 키우는 지자체는 남다르다. 전북도는 농식품인력개발원에서 다양한 품목별 교육과정을 하루도 쉬지 않고 운영한다. 경북도의 농민사관학교도 대학과 연계해 다양하게 운영한다. 경남도에는 도농업기술원 농업기술교육센터(ATEC)가 있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제품은 기업이 만든 것이나 농민이 만든 것이 같다. 생명을 다루는 농업은 기업보다도 더 세밀한 기술을 요구한다. 품질보다 양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과거에는 힘과 경험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기술과 지식이 더 우선이다. 기업이 R&D에 투자하듯이 농사도 기술 습득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부하지 않고 한글을 깨우치고 구구단을 외울 수는 없다. 토박이 농사꾼이든 새내기 농사꾼이든 성공하는 농민은 기술과 지식 습득의 가치비용이 더 값어치가 크다는 것을 안다.
 

<2018년 5월 19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