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이 세계 꼴찌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통계로 본 세계 속 한국농업>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최근 3개년(2013~2015년) 평균 23.8%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계 평균 곡물자급률은 102.5%로 자급 수준을 넘긴 상태다. 국가별로는 호주의 곡물자급률이 275.7%로 가장 높았으며, 캐나다 195.5%, 미국 125.2%로 100%를 초과했다. 중국(97.5%)과 일본 (27.5%)이 상대적으로 100%를 밑돌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보다는 높은 편이다. 곡물자급률의 초라한 성적은 불명예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곡물자급률은 식량자급률과 함께 식량안보의 중요한 척도로 사용된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곡물자급률을 최대한 높게 유지하는 데 농업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5년마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새로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하면서 목표치를 되레 낮췄다. 2월 정부가 발표한 ‘2018~2022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발전계획’에 따르면 2022년 곡물자급률 목표치는 27.3%다. 기존의 목표치 32%보다 4.7%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식량자급률 목표치도 4.6%포인트 낮춰 55.4%로 잡았다. 정부는 쌀 공급과잉 등 대내외의 여건 변화를 반영해 목표치를 현실화했다고 설명했지만, 식량안보 의지가 약화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문제는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목표치마저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곡물 생산의 기반인 경지면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기상이변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 농산물 생산 체계를 뒤흔드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들어 세계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곡물 생산에 타격을 받아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고, 미·중간 무역전쟁으로 국제 곡물 수급불안 우려는 커지고 있다. 자급률이 낮은 곡물을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취지로 추진된 정부의 해외농업개발사업은 일부 사업이 폐기될 정도로 지지부진해 국제 곡물 수급불안 대응체계도 취약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통계가 보내는 식량안보 경고를 무시하고, 목표치 현실화 타령만 할 셈인가. 자급률을 높이는 대책이 시급하다.

 

 

<2018년 6월 8일자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