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감축량을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감축 확대 분량의 대부분을 산업·건설 부문에 배정해 관련 기업들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환경부는 28일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을 공개했다. 감축량 목표는 3억1480만t으로 2016년에 발표한 계획과 동일하지만, 국외 감축 분량을 9600만t에서 1620만t으로 83.2% 줄이는 대신 이를 국내 감축 분량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내 감축량은 기존 2억1890만t에서 2억9860만t으로 36.4% 늘렸다. 정부는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7월 중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국외 감축 분량은 전체 목표 감축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구체적인 이행 방안이 불확실해 국내외에서 감축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수정안에서 국외 감축 분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대폭 축소됐다.

배출원별 추가 감축 물량을 살펴보면 총 7개 부문 중 산업 부문이 4220만t(2016년 대비 74.8% 증가)으로 가장 많고, 건설(2870만t·80.2%), 수송(490만t·18.9%) 등이 뒤를 이었다. 이어서 굴뚝을 통한 배출을 의미하는 탈루에서만 감축목표를 310만t(2016년 감축분 없음)으로 잡았고, 공공기타(170만t·47.2%), 폐기물(90만t·25%), 농축산(70만t·70%)순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온실가스 저감 기술을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추가 감축 분량이 가장 많은 산업 분야에서는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친환경 공정가스 및 냉매 대체기술 등 우수 사례를 2030년까지 해당 업종 전체로 확대한다. 그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기업이 자체 부담한다.



업계에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확대로 인한 국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정부는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환경부 소속 온실가스정보종합센터는 기존 2016년 계획이 2030년 국내총생산(GDP)을 0.54% 줄이지만, 감축목표를 확대한 수정안은 오히려 GDP 감소폭이 0.45%로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시경제 지표 변화와 온실가스 저감 기술 발달로 저감시설 설치 비용이 줄어들 것을 감안한 것이다. 서흥원 환경부 기후전략과장은 '산업계의 감축목표가 숫자로는 두 배 가까이 늘어나지만 달성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저감 업종에 속한 업체 관계자는 '기존안보다 파급효과가 작다는 말도 공감이 안 되고, 2030년을 상정하고 계산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추가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걱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감축목표량 중 3410만t은 잠재감축량으로 2020년에 목표량을 최종 확정한다. 잠재감축량에는 에너지세제 개편을 통한 감축분이 포함돼 있다. 기획재정부는 친환경 연료를 활용한 발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에 부과되는 세금은 낮추고, 석탄에 부과되는 세금은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신축 건축물 허가 기준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25년부터 계획된 건축물 제로에너지(단열기술·태양광발전 등 활용) 의무화를 보다 구체화해 온실가스 감축량을 늘리는 방안이다.

북한 지역 산림 보전·녹화사업으로 온실가스 감축량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눈길을 끌었다.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감축 없이 현행 배출량에 근거해 계산)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2016년 12월 밝힌 바 있다.



2016년 기존안대로 국외 감축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배출권을 사들이는 비용이 10년간 8조8000억~17조6000억원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출범 이래 원자력 발전 감축, 노후 석탄발전 규제, 재생에너지 확대 등 급격한 에너지 정책 변화로 인해 온실가스 로드맵까지 수정하게 됐다.

 

 

문재용 기자

 

 

<2018년 6월28일 매일경제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