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 찔끔…해갈 역부족 노지작물 마르고 과실 못 자라 일소피해도 심각…농가 한숨 

지하수 말라 얕은 관정 물 없어 저수지 저수율 50%대 불과 농촌지역 농업용수 확보 비상 

농협, 무이자자금·현물 지원 피해 최소화 위해 안간힘

 





기록적인 폭염에 가뭄까지 장기간 이어지면서 농심이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물이 부족해 농작물이 자라지 않는 것은 물론 향후 농업용수 확보에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5~17일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비가 조금 내리긴 했지만 해갈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당분간 비다운 비 소식이 없어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피해 심각=“율무도 타고, 얼굴도 타고, 마음도 타고….” 16일 강원 홍천군 내촌면에서 만난 허필재씨(55·답풍리)가 자신의 율무밭에서 탄식했다. 바로 전날 소나기가 제법 내려 기대감을 갖고 밭을 찾았지만, 율무대만 푸르러졌을 뿐 이삭은 전혀 뻗지 못한 상태였다. 6월초 파종한 율무는 지금쯤 1ｍ 넘게 자랐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허씨의 1만6530㎡(5000평) 밭에 있는 율무는 기껏해야 60㎝ 크기였다. 허씨는 “한달 가까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더위를 견디지 못한 잎이 전부 타버렸다”며 “농사를 잘 지으려고 밑거름과 퇴비를 넣어 밭을 갈고 웃거름까지 쳤는데 다 헛일이 됐다”고 말했다.



인근 마을 심재용씨(60·와야1리)는 “가뭄으로 더덕 성장이 더디다”며 “2~3년생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올해 심은 것들은 뿌리 생장이 멈춰 피해가 클 것 같다”고 걱정했다. 오이농사도 짓고 있는 심씨는 “밭에 관수시설이 안돼 있어 연못 물까지 끌어다 대며 가뭄과 사투를 벌였지만 오이 수확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사재석 내촌농협 지도과장은 “15일 비가 좀 내렸지만 노지작물 대부분이 마를 대로 말라 있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지역에서 옥수수·들깨를 재배하는 농민들도 피해가 큰 편”이라고 했다.



경남 거창군 고제면에서 1만9830㎡(6000평) 규모의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홍석민씨(55·궁항리)도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한달 넘도록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극심한데도 전체 농장면적의 30%에 해당하는 6610㎡(2000평)에 관정시설을 못 갖췄기 때문이다. 홍씨는 “올해초 언피해를 본 데 이어 여름 들어 폭염에 가뭄까지 겹치니 억장이 무너진다”며 “폭염으로 일소(햇볕데임)피해가 심한 데다 가뭄으로 과실이 자라지도 못해 상품성이 있는 사과는 50%를 밑돌 것 같다”고 한탄했다.







◆피해 더욱 늘어날까 노심초사=충남도가 14일 집계한 일소피해 또는 농작물 고사 면적은 서산 86.4㏊, 금산 79.2㏊, 홍성 59.1㏊, 태안 54㏊ 등 모두 324.5㏊에 이른다. 피해 면적은 13일까지 264.1㏊였으나 하루 만에 60.4㏊나 늘어 앞으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5일 고병기 제주농협지역본부장(맨 왼쪽), 당근농가 권태용씨(왼쪽 세번째), 강덕재 농협중앙회 상무(〃 다섯번째) 등이 대형 물백 앞에서 가뭄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제주=김소영 기자

 

 


제주지역에선 당근·양배추·브로콜리 등 겨울채소 파종과 정식에 들어가는 시기인 7월 초순부터 8월15일까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농가들이 물 부족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16~17일 도 전역에 10~50㎜의 비가 내려 발아 실패 등 최대 고비는 넘겼지만 18일 이후 다시 비소식이 없어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제주도 친환경농정과 관계자는 17일 “채소류 파종과 정식을 줄줄이 앞둔 상태에서 앞으로 10일 이상 또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농작물피해 확산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농업용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거창군 거창읍에서 9920㎡(3000평) 규모의 포도밭을 운영하는 이승필씨(46·대평리)는 “대형 관정을 판 곳은 아직 물이 남아 있지만 얕게 판 소형 관정은 지하수도 이미 다 말라 양수기도 무용지물”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16일 기준 공사 관리 저수지(3403곳)의 평균 저수율은 50%대에 불과하다.



특히 전남지역 저수율은 16일 현재 42.8%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농업용수 공급을 주목적으로 하는 나주댐과 담양댐의 저수율은 각각 21.5%와 28.5%까지 떨어졌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는 폭염피해 복구·예방을 위해 무이자자금 5000억원과 생수 등 현물 9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가뭄피해 최소화 차원에서 양수기 구입비 등 5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각 농협지역본부와 지역농협들도 자체적으로 농업용수 확보방안을 마련하는 등 가뭄으로 인한 피해 최소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홍천=홍경진, 홍성=김광동, 무안=이문수, 거창=김도웅, 제주=김소영, 김재욱 기자

 

< 2018년 8월 20일 농민신문 기사내용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