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농약가격표시제’ 11월부터 시행, 진열대·상자·판매장 입구에 가격 일괄 게시 가능 제조사·포장단위도 표기해야 

판매상 전수조사 등 단속 강화 1차 위반 때 과태료 40만원 ,‘표시가격=정찰가격’은 아냐 농가 대상 관련 교육 필요

 

농촌진흥청이 ‘농약가격표시제 실시요령고시’ 제정안을 8월28일 행정예고하고 9월16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농약가격표시제의 근거가 2017년 10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서 ‘농약관리법’으로 바뀌면서 나온 조치다. 행정예고를 거쳐 의견수렴절차가 마무리되면 이 고시는 11월1일부터 시행된다.



◆농약가격표시제, 어떻게 바뀌나= 농약가격표시제 적용 대상은 국내에서 제조하거나 외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농약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농약제품의 겉면에 스티커 등을 붙여 가격을 표시하는 게 의무다. 다만 유통업체의 상황을 반영해 진열 선반에 가격을 부착하거나 상자단위로 판매할 경우 상자 외부에 가격을 표시하는 것은 허용된다.

또 농약판매장 입구에 전체 상품 목록과 가격을 패널 등에 게시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격을 일괄 게시할 때는 상표명·포장단위·제조사 등도 반드시 함께 표시해야 한다.

소재성 농진청 농자재산업과 주무관은 “그동안 농약 가격·용량 정도만 표기하던 것에서 더 나아가 상품명·포장단위 등 자세한 내용을 소비자인 농민들이 확인하기 쉽도록 했다”고 밝혔다.

새 가격표시제가 시행되면 과태료 부과 기준도 일부 강화된다. 그동안 가격표시제를 1차 위반한 업소에 대해선 시정권고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1차부터 과태료 40만원을 부과하고, 2차 60만원, 3차 80만원으로 강도가 세진다. 소 주무관은 “그동안 한해에 800여곳의 농약판매상만 점검했지만,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전국 농약판매상 5579곳을 전수조사할 방침”이라며 “이와 함께 현장 제보를 받아 농약가격표시제 수시 점검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약유통업계의 반응은 ‘긍정적’= 그동안 농약유통업계는 모든 농약제품의 가격을 일일이 표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제품 종류가 많은 데 비해 판매인력은 부족하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농약을 진열한 선반이나 포장상자의 상단과 측면 등에 일괄 가격표시를 허용한 고시안을 업계는 반기고 있다.

이경택 전국작물보호제유통협회 전무는 “이번 고시안은 농약유통업체의 특성을 감안한 조치로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다. 지역농협에서는 농약가격뿐 아니라 유사 제품의 가격비교를 통해 농가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판매이력제의 조기 시행도 농약가격표시제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문이다.

박학순 한국작물보호협회 홍보이사는 “농약판매이력제 시행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조속히 개발·보급한다면 농약거래의 투명성을 위한 가격표시제는 한층 빠르게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시가격은 ‘정찰가격 아니다’=농민들은 농약판매 가격표시 방법을 구체화해 공정거래를 유도하고 소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행정예고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을 표한다. 다만 농약유통업체의 표시가격이 정찰가격으로 인식돼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충남 논산의 한 농민은 “가격을 붙여놓으면 대부분의 농민들은 그것을 정해진 가격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농가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약가격표시제가 농민들의 실질적인 이익을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가격표시제가 농약을 공동구매해 가격을 낮추려는 중소농들의 노력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홍·김해대 기자

 

 

<2018년9월7일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