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나 비료 양분을 지역별 농경지의 환경용량 범위 내로 관리하는 지역양분관리제(양분총량제) 도입을 놓고 축산농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가 2021년 제도도입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최근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양분수지 계산법이 제시된 탓이다. 이대로라면 이 제도가 축산농가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축산농가들은 이 제도가 악취 민원으로 축산농장과 대립 중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축 사육마릿수를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잉여 양분으로 인한 수계오염을 막으려는 애초 취지에서 벗어나 악취 민원을 해결하는 규제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양분수지 산정법에도 문제가 있다. 양분수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농업환경지표 중 하나이고 토양 및 수계 환경으로 배출될 수 있는 양분량을 파악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환경부는 유럽에서 널리 쓰이는 ‘토지수지 산정법’을 수정해 국내 농가단위 양분수지 산정프로그램으로 개발했다. 이 방법은 배출된 가축분뇨 내 양분이 전량 토지에 유입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과도하게 측정될 수 있다는 게 축산업계의 지적이다. 지역의 양분 수요량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유럽과 달리 논에서 물대기·물빼기 작업을 하며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양분 유실량이 많다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도입 전에 국내 실정에 맞게 산정식을 개선해 정확한 국가단위 양분수지를 산출해야 농가 불신을 해소하고 토양 내 양분집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전국 각지에서 축산악취 규제가 강화되는 등 축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지역양분관리제까지 도입되면 축산농가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축산농가들이 환경오염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아서는 안된다. 정부와 축산농가 및 관련업계가 힘을 합해 축산과 환경이 공존하는 길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2018년11월26일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