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빈곤층에 대한 영양보충 지원프로그램과 품목별 농가 지원정책 이슈 

재정 축소정책 기조에 따른 농업예산 감축은 불가피

미국은 지금 향후 5년(2019~2023년)간 자국 농업정책의 방향을 정할 ‘농업법(Farm Bill)’ 개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5년 단위의 농업법을 한번 마련하면 법에 따른 정책을 펼치기 위한 예산이 의무적으로 책정되다보니 영향력이 매우 크고 세계적인 관심 또한 지대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마련하나=농업법은 농업·농촌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법이다. 품목별 농가 지원, 농업환경 보전, 농업분야 연구개발, 농산물 교역, 해외 식량원조, 국민영양 지원, 농촌개발 등 다양한 부문의 농정시책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담고 있다. 미국 농업예산을 들여다보면 농업법에 의해 규정된 의무지출 규모가 상당해 농업법 개정을 둘러싸고 매번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현행 농업법의 시효는 2018년 9월30일까지였다. 이에 상원과 하원은 2017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농업법 공청회를 열고 새로운 농업법 마련에 들어갔다. 이같은 의견 수렴절차를 거쳐 2018년 6월 상원 농업위원회와 하원 농업위원회는 각각 개별 농업법을 마련했다. 각각 마련한 개별 농업법은 상원 9명(민주당 4명, 공화당 5명)과 하원 47명(민주당 18명, 공화당 29명)으로 구성된 양원 합동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양원 합동위원회는 단일안 마련에 실패했다. 농업예산의 감축 규모와 국민영양부문에 대한 규정 강화 등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양원 합동위원회가 합의안을 마련하면 이 안을 다시 상원과 하원 농업위원회에 각각 회부, 투표를 통해 최종 합의안을 만든다. 대통령의 서명절차까지 마치면 새로운 농업법이 발효되며, 이후 미 농무부(USDA)는 농업법 이행을 위한 세부 규칙과 규정을 수립하는 절차를 밟는다.



◆개정 방향은=재정적자 증가로 인한 정부부채 축소라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농업예산 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상원과 하원 역시 2014~2018년 농업법의 기본골격을 유지하면서 예산 지출을 줄이고 농정구조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기조에도 불구하고 품목별 농가 지원과 환경보전을 위한 예산 지출은 2014~2018년 농업법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상원과 하원이 맞부딪치는 최대 쟁점은 ‘영양보충 지원프로그램’ 관련 규정이다. 2014~2018년 농업법 개정 당시 저소득 빈곤층에 대한 복지정책 차원에서 국민영양 지원정책을 강화했다. 상원은 정부 지원을 강화한 2014~2018년 농업법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하원은 비용 축소 등 프로그램 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다며 수혜자의 자격조건을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품목별 농가 지원정책도 주요 이슈다. 새로운 농업법은 농산물가격 하락, 농가소득 감소, 대외 통상마찰에 따른 해외수요 감소 등 농가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 농가의 경영안전망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전망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의 농업보조총액(AMS)으로 분류되는 낙농부문을 포함한 대부분의 품목별 농가 지원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지원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정부와 의회는 농업법을 주기적으로 개정함으로써 농민과 소비자의 요구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해왔다”며 “쌀 중심의 농정에서 탈피해야 하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정책 지원 대상품목을 다양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작물보험이나 재해보험과 연계해 농가 경영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규원 기자

 

 

<2018년12월5일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