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년)은 열악했던 당시 사람들의 생활개선에 지식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지식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찾아 적절한 대응법을 제시해주는 최선의 도구다.

농사도 과학지식을 활용하면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영농현장에서는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재비와 시설비를 크게 절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대로 이를 무시하면 비용이 심각하게 커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비료도 토양과 작물의 양분요구도를 무시한 채 사용하면 염류집적 등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비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토양의 상태와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전국 시·군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의뢰하면 농지의 영양상태를 바로 알 수 있고 알맞은 비료 종류와 사용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식을 한꺼번에 쌓으려면 많은 노력이 요구되지만, 하나를 알고서 놓은 디딤돌 위에 또 하나의 디딤돌을 놓는 식으로 차근차근 넓혀간다면 결코 어려운 일도 아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21-17-17> 복합비료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조경용·텃밭용·채소용·도시농업용으로 광고하면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최대 1.5배를 더 받았다. 상표를 잘 살펴보면 이들은 질소 21%, 인산 17%, 칼리 17%가 함유된 동일한 비료일 뿐이다.

또 시설재배지에서 물에 녹여 사용하는 비료 중 질산칼슘이 있다. 이 비료 역시 동일 성분의 제품끼리 값 차이가 1.4배 이상 나기도 했다. 질산태질소 14.4%, 암모니아태질소 1.1%, 고수용성칼슘 26.5% 등으로 성분을 표시한 제품은 1㎏당 1514원인 반면, 성분 함량을 영어로 표시한 제품은 1㎏당 2156원이나 받았다.

토양의 전기전도도(EC)와 산도(pH) 값도 시·군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하면 30분 이내에 알 수 있다. EC값은 토양에 양분이 많은지 적은지를 판단하게 해주고, )값은 작물의 토양 속 양분 흡수 난이도를 알려준다.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면 작물에 필요한 비료를 알맞게 선택할 수 있고 비료의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비료는 작물 생육에 필수적인 영양소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미세먼지·온실가스·녹조현상 등을 일으켜 국가적으로 환경비용을 발생시키는 오염원이 되기도 한다. 또 과다한 영농비 지출은 물론 농경지 염류집적으로 수량을 떨어뜨리는 등 농가경영을 악화시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농촌진흥청은 농업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비료만 잘 써도 수지맞는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비료만 잘 써도 흑자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적절한 지식을 바탕으로 비료를 사용하면 농가경영에 도움이 되고 국민에게도 깨끗한 토양·공기·물을 선사한다.

 

<2019년2월27일 농민신문 기사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