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농업계 한목소리 

국회 상임위별 국정감사서 여야 구분 없이 강한 질타 

농해수위 ‘WTO 개도국 지위유지 촉구결의안’ 채택 

농민단체, 공동대응 나서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포기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과 농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8일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여야 구분 없이 “WTO 개도국 지위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대한 종합국감에서 “정부는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당장은 (농업분야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하는데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나중엔 영향이 있을 수 있고, 더 중요한 건 심리적인 문제인데 정부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에게 “현장농민들이 개도국 지위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심도 있게 알아보라”며 “하늘이 두쪽 나도 개도국 지위를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회 무소속 의원(전북 김제·부안)도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농업계가 ‘개도국 지위포기는 농업포기’로 받아들이는 상황인데 농식품부는 정부부처간 협상에서 농업계의 입장을 적극 대변·관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농식품부가 제 목소리를 내야 정부가 농민피해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농해수위는 17일 “정부는 우리 농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즉시 강구하라”며 ‘WTO 체제에서의 개도국 지위유지 및 대책 마련 촉구결의안’을 채택했다.



18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장에선 위성곤 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다른 산업부문의 이익에 부합하기 위해 농민들은 많은 피해를 봤다”며 “미국을 잘 설득하고 농업계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여 더는 물러서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성 장관은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치와 (개도국 지위포기에 따른)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농업계는 정부가 개도국 지위포기로 방향을 정하고도 농민단체의 반발 등을 우려해 미국이 요구한 시한(23일)까지 최종 결정을 늦추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민단체 연대체인 농민의길과 한국농축산연합회는 ‘WTO 개도국 지위유지 관철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을 구성하고 18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개도국 지위유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민공동행동은 “한국 농업이 농산물값 연쇄 폭락, 농가부채 악화 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는데도 문재인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포기방침을 내놓으려 한다”며 대통령에게 포기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농민공동행동은 “우리나라가 1995년 WTO 출범 당시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를 선택한 지 20여년이 흐른 지금, 오히려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은 더욱 악화됐다”며 “당장 미국의 요구가 거세다고 해서 통상주권을 포기한다면 정부는 앞으로 미국의 노골적인 농산물 시장개방 요구를 거부할 명분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경진·하지혜 기자

 

<2019년10월21일 농민신문 기사내용>